오늘 중국공산당 제3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3중전회)가 폐막된다. 이 회의는 향후 시진핑 체제의 개혁 방향과 심도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회의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제압하고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개혁안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세계의 이목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

나폴레옹은 중국을 ‘잠자는 사자’라고 했는데, 과연 잠에서 깨어난 중국의 위세는 대단하다. 아편전쟁의 수모와 대기근의 아픔을 벗어던지고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끝에 어느새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도광양회의 시대가 가고 대국굴기의 시대가 왔다. 중국의 미래는 중국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의 문제이고, 특히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가슴 졸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중국의 순조로운 발전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변수가 되어 있다.

중국이 고속 성장을 하면서 엄청난 부를 생산했지만 동시에 빈부격차와 부패, 금융부실과 거품, 환경오염 등 고질적인 문제들을 낳았다. 이런 문제들을 더 방치하면 정치적 안정은 물론이고 경제성장마저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들은 3중전회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안을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다. 과연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잠재우고 강력한 개혁안을 도출해 내느냐가 시진핑의 지도력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사실 과거 후진타오 체제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개혁을 추진한다고 하였으나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었다. 얼핏 생각하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것 같은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가 정책방향을 정해도 그것이 잘 실현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시장경제의 발전과 공산당 일당독재의 유지라고 하는 두 가지 목표가 근본적으로 모순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체제도 경제개혁에만 치중하고 정치개혁을 소홀히 한다면 결국은 개혁의 좌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안정과 순조로운 발전은 중국의 민주주의 진전에 달려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근대적 경제발전은 사회적 토대, 경제적 인센티브, 그리고 정치적 기반 위에서 강력하게 이루어진다. 이 조건들이 미흡할 때 경제성장은 미약하고 경제위기는 반복된다. 사회적 토대란 극심한 토지소유의 집중이나 지독한 성차별 등에 따른 사회적 속박으로부터의 해방과 기본적인 건강과 교육 등의 혜택이 얼마나 골고루 나뉘는가 하는 문제다. 이는 경제적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나라들의 역사를 보면 사회적 토대가 잘 갖추어졌을 경우에 경제성장이 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이러한 사회적 토대는 마오쩌둥 시대에 이루어졌다. 경제적 인센티브는 노력을 통해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덩샤오핑이 시작한 개혁개방정책이 바로 이러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은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마오쩌둥이 닦아놓은 사회적 토대와 덩샤오핑이 제공한 경제적 기회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발전이 일정한 단계에 이르게 되면 정치적 기반, 곧 민주주의의 발전이 지속적 발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등장한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의한 시장의 독점과 왜곡이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협하는 최대 문제가 되기 때문이고, 또한 물질적 자본축적보다 자유로운 사고와 실험에 입각한 혁신이 성장의 주된 엔진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도외시하고 시진핑 체제가 공산당의 통제를 강화하면서 경제사회개혁을 이루고자 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시진핑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반열에 오르는 길은 민주화의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어내는 것뿐이다.

Posted by 유종일입니다

최근 필자는 고향 정읍에서 지역경제를 살릴 방안에 관해 강연을 하게 되었다. 거시경제와 국제경제가 주된 관심사인지라 지역경제개발에 관해서는 지식이 모자란 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나온 지역경제개발에 관한 최근논문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연구결과가 필자의 평소 생각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하고 크게 고무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법으로 가장 유행하는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대기업 유치 등의 하향식(top-down) 지역개발은 효과가 별로 없고, 오히려 지역 내부에서 신뢰와 협동, 지식의 공유와 기술의 전파, 혁신과 기업가 정신의 발휘 등을 고취해나가는 상향식(bottom-up) 지역개발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경제발전의 근본 동인을 외부에서 찾지 말고 내부에서 찾으라는 것이다.

많은 농촌지역이 그렇지만 정읍이 낙후된 것은 박정희 정권의 불균형 성장전략 탓이다. 농촌을 쥐어짜서 급격한 산업화를 추진했고, 수도권과 경상도를 중심으로 공단을 만들고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했다. 먹고 살게 없는 농촌에서는 대규모 이농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인구가 두 배가 되는 사이 정읍 인구는 반 토막이 났다.

민주화가 되면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이는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기업유치 노력으로 이어졌다. 바로 이런 면에서 수도권과 영남지역에 비해 소외되었으니 낙후지역도 이를 통해 발전해야겠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지역불균형은 해소되지 않았고, 엄청난 재정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했다.

과거에 물적 자본의 투자와 건설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던 시대에는 이러한 하향식 경제개발이 유효한 수단이었지만, 인적 자본과 지식 자본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21세기에는 하향식 경제개발은 별로 먹히지가 않는다. 또한 하향식 개발은 외부에서 커다란 떡고물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지역이 스스로 고유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소홀히 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대기업 유치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잘만하면 이런 것들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외부자본은 오히려 지역의 돈을 빨아서 외부로 가지고 나감으로써 경제를 피폐화 시킬 수도 있다. 소위 월마트 효과다. 더구나 ‘인천에 배 들어올 날’을 기다리면서 상향식 개발을 게을리 한다면 이야말로 비극이다. 거대한 개발 프로젝트가 신기루가 되고 마는 것이다.

상향식 지역경제개발은 결국 물적 자본보다는 인적 자본, 즉 사람 중심의 전략이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것이다. 외부에서 돈과 자원을 끌어들이는 데 목매달지 않고, 지역민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공부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의 거대한 자본과 맞서 시장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지역에 고유한 경쟁력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을 개발해내야 한다. 둘째는 지역민들 사이의 신뢰와 협동, 즉 사회적 자본이다. 금전적 자본은 국경도 넘어서 훌훌 날라 다니지만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존재하는 것이어서 지역 고유의 변수이다. 세계적으로 지역경제개발이 잘 된 지역들은 신뢰와 협동이 발달한 지역들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그 변종에 의한 골목상권 파괴가 전국적으로 큰 사회문제가 되어 있지만, 유독 제주도만은 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300 여 개인영업자들이 똘똘 뭉친 제주도슈퍼마켓협동조합의 높은 경쟁력 때문이다. 신뢰와 협동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과 경쟁력 향상의 좋은 사례이다.

아직도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공항이든 도로든 무조건 짓고 보자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인기를 좇는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만 되면 지역개발 공약을 남발한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지역경제개발의 패러다임을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외부의존에서 내부자조로 전환해야 한다.

Posted by 유종일입니다

미국이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아슬아슬하게 모면했다. 재무부의 금고가 바닥나기 직전에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증가시키기로 민주·공화 양당이 합의를 했다. 이로써 연방정부 셧다운 문제도 해결되었다. 미국의 정치쇼를 가슴 졸이며 쳐다보던 세계 금융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브레튼우즈 체제를 뒷받침하며 세계 경제의 안전판 구실을 하던 미국 경제가 어느덧 세계 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뇌관이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흔히 미국의 재정적자 누적으로 인한 연방정부 부채의 급증이 근본원인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는 사태의 본질을 완전히 오해하는 것이다. 미국 리스크의 본질은 미국 정치의 양극화이고, 그 이면에는 경제적 양극화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 정부의 부채가 엄청나게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미국 정부가 채무불이행 사태에 몰려야 할 경제적 이유는 전혀 없다. 향후 정부부채 증가의 전망이 결코 비관적이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에도 달러로 빌린 부채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달러를 찍어서 갚을 수 있다. 지금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디폴트 리스크는 미국 정부의 부채가 많아 채무변제능력에 의문이 발생함으로써 비롯된 것이 전혀 아니다. 순전히 부채한도라고 하는 인위적인 정치적 제약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고, 공화당의 벼랑 끝 전술 때문에 현실화 가능성마저 있다.

공화당은 정부부채의 위험성을 과장하며 재정지출 축소를 주장하지만, 애초에 미국정부의 부채증가는 지출증대에 의해 초래된 것이 아니다. 과거 레이건이나 부시 등 공화당 정권이 단행한 부자감세가 원인이 되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경제가 침체하면서 세수가 저조하여 빚어진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기도 했지만,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2010년부터는 재정이 긴축으로 돌아서서 미국경제의 회복세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복지국가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다. 민주당은 뉴딜의 유산인 미국식 복지국가를 확대하려고 하는 반면, 공화당은 복지국가를 해체하여 시장만능주의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공화당은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문제를 야기해놓고, 이의 해결책으로 재정지출 축소를 주장해왔다. 이는 필자가 과거 ‘‘복지 여왕’과 참 나쁜 정치’라는 칼럼에서 설명한 대로 재정건전성을 명분으로 하여 복지국가를 해체하고자 하는 공화당 강경우파의 고의적인 전략이었다. 이번 정부 셧다운과 디폴트 위협도 오바마 정부의 전국민의료보험 강제가입 정책을 무산시키기 위한 공화당의 책략 때문에 야기된 것이었다.

금융위기의 일차적 책임자이며, 온갖 억지주장으로 부자감세를 추진하고, 무책임한 벼랑끝 전술을 일삼는 공화당이 어떻게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공화당 강경우파는 금융자본, 대기업 등 기득권층의 지지를 업고 경제적 양극화로 ‘아메리칸 드림’을 상실한 서민층의 막연한 반정부 정서를 활용하여 공화당을 장악했고 미국 정치의 한 축을 장악했다. 공화당의 우경화와 정치적 성공의 배경에는 경제적 양극화가 있다. 1%에 소득이 집중되면서 갈수록 금권정치가 강화되었고, 저소득층은 정치과정에서 더욱 소외되었다. 공화당의 강경우파는 권력을 잡아 경제양극화를 부추기는 정책을 실행하고, 그 결과 정치적 기반을 더욱 공고화하는 성공적인 전략을 추구해왔다.

여론의 압박을 받은 공화당이 일시적으로 정부의 숨통을 틔워주었지만, 미국의 디폴트 리스크는 조만간 다시 부상할 것이다. 미국 정치의 볼모로 전락한 세계 경제가 미국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Posted by 유종일입니다
이전버튼 1 2 3 4 5 ... 58 이전버튼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