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재벌들의 이익집단인 전경련의 기관지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은 대개 알려져 있고, 따라서 이 신문의 논조가 매우 보수적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나 황당한 사실 왜곡과 거짓 주장까지 봐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 아침 사설에서 <한경>은 스웨덴의 이민자 폭동이 "보편적 복지의 허구와 환상과 고통이 드러나는 과정"이라며 신이 나서 스웨덴 경제에 관한 악선전을 시도하고 있다. 스웨덴의 강력한 노동조합과 복지정책 때문에 "장기간 경제성장이 정체상태"이며, "노동유연성 부족이 스웨덴 경제의 발목을 잡고" "노동생산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청년과 이민자들의 높은 실업률도 지적한다.

그런데 스웨덴의 거시경제적 성과가 매우 좋다는 것은 국제경제학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래 표는 OECD에서 발표한 공식통계에 입각하여 스웨덴의 최근 경제성과를 미국, 영국 및 OECD전체와 비교한 것이다. <한경>은 스웨덴의 2012년성장률이 0.8%에 불과했다는 것을 비난하고 있는데, 단 한 해 통계를 가지고 "장기간 경제성장이 정체상태"라고 주장하니 어이가 없다. 이전 10년간 스웨덴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한경>이 그토록 좋아하는 신자유주의의 나라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1% 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더구나 스웨덴은 미국에 비해 인구증가율이 현저하게 낮으므로 일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은 더욱 큰 격차가 났다. (내가 2002~2011 기간을 선택한 이유는 이 기간이 10년이라는 자연스럽고 계산이 용이한 기간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를 포괄하는 기간이고, 무엇보다 OECD 공식통계가 나와있는 가장 최근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연대임금 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노동유연성을 확보하여 구조조정을 발빠르게 단행하면서 생산성증가를 도모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런데 <한경>은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시간당 노동생산성 통계를 보자. 2011년도에 미국을 100이라고 했을 때 스웨덴이 89.1로 미국보다 10% 정도 낮았다. 하지만 이는 영국의78.4나 OECD전체의 74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10년간 노동생산성의 증가율을 보면 생산성 기적을 이루었다는 미국과 동일하며, 영국이나 OECD전체를 앞질렀다.

스웨덴도 한국이나 구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청년실업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스웨덴의 실업문제는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서, 또 OECD전체에 비해서도 양호한 편이다.

 

  경제성장률(2002~2011)

 시간당노동생산성(2011년 기준)

노동생산성증가율(2002~2011)

  실업률   (2011년 기준)

GDP대비중앙정부채무(2010년 기준)

 스웨덴

 2.5

 89.1

 1.8

 7.8

 33.8

 미국

 1.6

 100

 1.8

 9.0

 61.3

 영국

 1.6

 78.4

 1.5

 8.0

 85.5

 OECD

 1.7

 74

 1.5

 8.0

 N/A

 

<한경>의 거짓 주장을 바로잡는 것 못지않게 <한경>이 의도적으로 언급을 회피하는 진실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하나는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정부재정이 매우 건강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선진 각국이 재정적자와 누적된 정부채무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데 반해 스웨덴의 재정은 대단히 양호하다. 걸핏하면 과도한 복지가 재정위기를 초래한다고 주장하는 <한경> 등 보수언론이 간과하는 사실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중 복지가 가장 부실한 나라들이 재정위기를 맞고 있으며, 거꾸로 북구의 복지국가들은 튼튼한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보수언론이 애써 외면하는 사실은 스웨덴의 경쟁력이다. 스위스의 세계경영연구원(IMD)은 국제경쟁력 순위에서 스웨덴을 매년 5위 안팎의 최상위권에 놓고 있다. 특히 IT분야의 경쟁력 면에서 스웨덴은 IT강국이라는 한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세계 1~3위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스웨덴이 유토피아는 아니고, 우리가 스웨덴 모델을 베낄 수도 없다. 하지만 스웨덴이 경제적 성과나 복지 면에서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보수 이데올로기의 산실이라고도 할 수 있는 IMD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한경>은 스웨덴이 다 망해가는 것처럼 말하고 있을까. 사설의 마지막 부분에 힌트가 있다. "우리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도 스웨덴 복지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무현정부는 더욱 그랬다." 노동조합 강화와 복지확대에 반대하는 것이다. 참고로 노무현정부는 스웨덴 모델이 아닌 사회투자복지, 즉 블레어가 주창한 제3의 길 노선을 주장했었다. 자기 맘에 안들면 다 노무현인가.

 


Posted by 유종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