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국공산당 제3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3중전회)가 폐막된다. 이 회의는 향후 시진핑 체제의 개혁 방향과 심도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회의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제압하고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개혁안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세계의 이목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

나폴레옹은 중국을 ‘잠자는 사자’라고 했는데, 과연 잠에서 깨어난 중국의 위세는 대단하다. 아편전쟁의 수모와 대기근의 아픔을 벗어던지고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끝에 어느새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도광양회의 시대가 가고 대국굴기의 시대가 왔다. 중국의 미래는 중국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의 문제이고, 특히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가슴 졸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중국의 순조로운 발전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변수가 되어 있다.

중국이 고속 성장을 하면서 엄청난 부를 생산했지만 동시에 빈부격차와 부패, 금융부실과 거품, 환경오염 등 고질적인 문제들을 낳았다. 이런 문제들을 더 방치하면 정치적 안정은 물론이고 경제성장마저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들은 3중전회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안을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다. 과연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잠재우고 강력한 개혁안을 도출해 내느냐가 시진핑의 지도력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사실 과거 후진타오 체제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개혁을 추진한다고 하였으나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었다. 얼핏 생각하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것 같은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가 정책방향을 정해도 그것이 잘 실현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시장경제의 발전과 공산당 일당독재의 유지라고 하는 두 가지 목표가 근본적으로 모순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체제도 경제개혁에만 치중하고 정치개혁을 소홀히 한다면 결국은 개혁의 좌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안정과 순조로운 발전은 중국의 민주주의 진전에 달려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근대적 경제발전은 사회적 토대, 경제적 인센티브, 그리고 정치적 기반 위에서 강력하게 이루어진다. 이 조건들이 미흡할 때 경제성장은 미약하고 경제위기는 반복된다. 사회적 토대란 극심한 토지소유의 집중이나 지독한 성차별 등에 따른 사회적 속박으로부터의 해방과 기본적인 건강과 교육 등의 혜택이 얼마나 골고루 나뉘는가 하는 문제다. 이는 경제적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나라들의 역사를 보면 사회적 토대가 잘 갖추어졌을 경우에 경제성장이 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이러한 사회적 토대는 마오쩌둥 시대에 이루어졌다. 경제적 인센티브는 노력을 통해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덩샤오핑이 시작한 개혁개방정책이 바로 이러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은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마오쩌둥이 닦아놓은 사회적 토대와 덩샤오핑이 제공한 경제적 기회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발전이 일정한 단계에 이르게 되면 정치적 기반, 곧 민주주의의 발전이 지속적 발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등장한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의한 시장의 독점과 왜곡이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협하는 최대 문제가 되기 때문이고, 또한 물질적 자본축적보다 자유로운 사고와 실험에 입각한 혁신이 성장의 주된 엔진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도외시하고 시진핑 체제가 공산당의 통제를 강화하면서 경제사회개혁을 이루고자 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시진핑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반열에 오르는 길은 민주화의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어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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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는 고향 정읍에서 지역경제를 살릴 방안에 관해 강연을 하게 되었다. 거시경제와 국제경제가 주된 관심사인지라 지역경제개발에 관해서는 지식이 모자란 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나온 지역경제개발에 관한 최근논문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연구결과가 필자의 평소 생각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하고 크게 고무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법으로 가장 유행하는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대기업 유치 등의 하향식(top-down) 지역개발은 효과가 별로 없고, 오히려 지역 내부에서 신뢰와 협동, 지식의 공유와 기술의 전파, 혁신과 기업가 정신의 발휘 등을 고취해나가는 상향식(bottom-up) 지역개발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경제발전의 근본 동인을 외부에서 찾지 말고 내부에서 찾으라는 것이다.

많은 농촌지역이 그렇지만 정읍이 낙후된 것은 박정희 정권의 불균형 성장전략 탓이다. 농촌을 쥐어짜서 급격한 산업화를 추진했고, 수도권과 경상도를 중심으로 공단을 만들고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했다. 먹고 살게 없는 농촌에서는 대규모 이농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인구가 두 배가 되는 사이 정읍 인구는 반 토막이 났다.

민주화가 되면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이는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기업유치 노력으로 이어졌다. 바로 이런 면에서 수도권과 영남지역에 비해 소외되었으니 낙후지역도 이를 통해 발전해야겠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지역불균형은 해소되지 않았고, 엄청난 재정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했다.

과거에 물적 자본의 투자와 건설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던 시대에는 이러한 하향식 경제개발이 유효한 수단이었지만, 인적 자본과 지식 자본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21세기에는 하향식 경제개발은 별로 먹히지가 않는다. 또한 하향식 개발은 외부에서 커다란 떡고물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지역이 스스로 고유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소홀히 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대기업 유치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잘만하면 이런 것들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외부자본은 오히려 지역의 돈을 빨아서 외부로 가지고 나감으로써 경제를 피폐화 시킬 수도 있다. 소위 월마트 효과다. 더구나 ‘인천에 배 들어올 날’을 기다리면서 상향식 개발을 게을리 한다면 이야말로 비극이다. 거대한 개발 프로젝트가 신기루가 되고 마는 것이다.

상향식 지역경제개발은 결국 물적 자본보다는 인적 자본, 즉 사람 중심의 전략이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것이다. 외부에서 돈과 자원을 끌어들이는 데 목매달지 않고, 지역민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공부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의 거대한 자본과 맞서 시장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지역에 고유한 경쟁력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을 개발해내야 한다. 둘째는 지역민들 사이의 신뢰와 협동, 즉 사회적 자본이다. 금전적 자본은 국경도 넘어서 훌훌 날라 다니지만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존재하는 것이어서 지역 고유의 변수이다. 세계적으로 지역경제개발이 잘 된 지역들은 신뢰와 협동이 발달한 지역들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그 변종에 의한 골목상권 파괴가 전국적으로 큰 사회문제가 되어 있지만, 유독 제주도만은 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300 여 개인영업자들이 똘똘 뭉친 제주도슈퍼마켓협동조합의 높은 경쟁력 때문이다. 신뢰와 협동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과 경쟁력 향상의 좋은 사례이다.

아직도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공항이든 도로든 무조건 짓고 보자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인기를 좇는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만 되면 지역개발 공약을 남발한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지역경제개발의 패러다임을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외부의존에서 내부자조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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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아슬아슬하게 모면했다. 재무부의 금고가 바닥나기 직전에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증가시키기로 민주·공화 양당이 합의를 했다. 이로써 연방정부 셧다운 문제도 해결되었다. 미국의 정치쇼를 가슴 졸이며 쳐다보던 세계 금융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브레튼우즈 체제를 뒷받침하며 세계 경제의 안전판 구실을 하던 미국 경제가 어느덧 세계 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뇌관이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흔히 미국의 재정적자 누적으로 인한 연방정부 부채의 급증이 근본원인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는 사태의 본질을 완전히 오해하는 것이다. 미국 리스크의 본질은 미국 정치의 양극화이고, 그 이면에는 경제적 양극화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 정부의 부채가 엄청나게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미국 정부가 채무불이행 사태에 몰려야 할 경제적 이유는 전혀 없다. 향후 정부부채 증가의 전망이 결코 비관적이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에도 달러로 빌린 부채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달러를 찍어서 갚을 수 있다. 지금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디폴트 리스크는 미국 정부의 부채가 많아 채무변제능력에 의문이 발생함으로써 비롯된 것이 전혀 아니다. 순전히 부채한도라고 하는 인위적인 정치적 제약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고, 공화당의 벼랑 끝 전술 때문에 현실화 가능성마저 있다.

공화당은 정부부채의 위험성을 과장하며 재정지출 축소를 주장하지만, 애초에 미국정부의 부채증가는 지출증대에 의해 초래된 것이 아니다. 과거 레이건이나 부시 등 공화당 정권이 단행한 부자감세가 원인이 되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경제가 침체하면서 세수가 저조하여 빚어진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기도 했지만,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2010년부터는 재정이 긴축으로 돌아서서 미국경제의 회복세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복지국가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다. 민주당은 뉴딜의 유산인 미국식 복지국가를 확대하려고 하는 반면, 공화당은 복지국가를 해체하여 시장만능주의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공화당은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문제를 야기해놓고, 이의 해결책으로 재정지출 축소를 주장해왔다. 이는 필자가 과거 ‘‘복지 여왕’과 참 나쁜 정치’라는 칼럼에서 설명한 대로 재정건전성을 명분으로 하여 복지국가를 해체하고자 하는 공화당 강경우파의 고의적인 전략이었다. 이번 정부 셧다운과 디폴트 위협도 오바마 정부의 전국민의료보험 강제가입 정책을 무산시키기 위한 공화당의 책략 때문에 야기된 것이었다.

금융위기의 일차적 책임자이며, 온갖 억지주장으로 부자감세를 추진하고, 무책임한 벼랑끝 전술을 일삼는 공화당이 어떻게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공화당 강경우파는 금융자본, 대기업 등 기득권층의 지지를 업고 경제적 양극화로 ‘아메리칸 드림’을 상실한 서민층의 막연한 반정부 정서를 활용하여 공화당을 장악했고 미국 정치의 한 축을 장악했다. 공화당의 우경화와 정치적 성공의 배경에는 경제적 양극화가 있다. 1%에 소득이 집중되면서 갈수록 금권정치가 강화되었고, 저소득층은 정치과정에서 더욱 소외되었다. 공화당의 강경우파는 권력을 잡아 경제양극화를 부추기는 정책을 실행하고, 그 결과 정치적 기반을 더욱 공고화하는 성공적인 전략을 추구해왔다.

여론의 압박을 받은 공화당이 일시적으로 정부의 숨통을 틔워주었지만, 미국의 디폴트 리스크는 조만간 다시 부상할 것이다. 미국 정치의 볼모로 전락한 세계 경제가 미국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Posted by 유종일입니다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로 한전과 반대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공사를 강행하는 한전의 명분은 전력대란에 대한 우려다. 전력공급 부족사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문제는 전력 생산의 증가가 유발하는 비용이다. 순수한 발전소 건설비용과 운영비용도 문제지만, 원전과 관련한 안전성 리스크와 화석연료 사용 시의 온실가스 배출도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밀양 사태에서 보듯이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비용이 들더라도 꼭 필요한 일이라면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 문제는 공급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수요의 과다에서 오는 것이고, 그 핵심원인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지나치게 싸게 공급하기 때문이다.(한전의 현행 요금체계에서는 일반 국민이 사용하는 전기를 주택용,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산업용과 일반용으로 구분하는데, 본고에서는 산업용과 일반용을 기업용이라 칭한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전기요금 인상안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업의 부담을 우려하여 조금씩 인상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우리는 향후 5년 간 매년 10%씩 기업용(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우리 경제의 전력수요를 크게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며,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재원 마련에도 커다란 도움을 주는 일석사조(一石四鳥)의 정책이 될 것이다.

낮은 전기요금은 전력수급 대란의 근원

우리나라 전력수급의 문제가 공급부족 보다는 수요과다에 있다는 사실은 전기 사용량의 국제비교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일인당 전기소비량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며 독일과 일본도 추월하였고, 2011년에는 미국 다음으로 컸다. 게다가 독일, 일본, 미국 등은 모두 향후 전력 소비를 과감하게 줄이려는 계획을 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소비증가율만을 조금 낮추겠다는 계획이어서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전기다소비 국가가 될 전망이다.

▲<그림 1> 주요 국가의 일인당 전기 소비량 추이


일반적으로 수요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소득수준과 가격임은 경제학의 상식이다. 전기소비도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많아지고, 전기가격이 낮을수록 많아진다. 우리나라의 전기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소득수준의 향상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전기소비가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독일이나 일본보다 많고 심지어 미국보다 많아진다는 것인가? 전기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의 가격은 OECD 유럽국가들의 반값 수준이었다. 일반용 전기요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 <그림 2> OECD 유럽 대비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 추이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가격은 절대적으로 낮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상대가격이 또한 매우 낮다. 동일 열량을 기준으로 등유와 전기의 가격을 비교했을 때, OECD 평균은 전기 가격이 등유 가격의 151%이고 전기절약을 특히 강조하는 일본의 경우는 222%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61% 밖에 되지 않는다.1) 값비싼 에너지인 전기가 오히려 더 싼 것이다. 이렇게 싼 전기 값은 산업부문의 전력낭비를 초래했고 전력수요를 대폭 늘렸다. 석유와 가스 대신에 전기를 사용한다. 쇳물도 전기로 녹이고, 소금도 전기로 만든다. 전기를 절약하는 기술과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전기생산성(에너지효율)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고, 전력수요가 워낙 빠르게 팽창하다보니 전력수급 불안이 초래되었다.

값싼 전기, 누가 수혜자인가?

만약 우리나라의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의 가격이 OECD 유럽국가들 수준이었다면 우리 기업들은 지난 5년간 전기요금으로 무려 138조원을 더 냈어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기업들이 매년 27.6조원의 보조금을 받은 셈이다. 우리나라 GDP의 2%가 넘는 막대한 금액이다. 4대강 사업비보다 더 크고, 박근혜정부의 복지 공약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돈이다. 이런 엄청난 혜택을 누리는 기업들은 한사코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한다. 전기 값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수출이 막히며, 공장이 멈추거나 다른 나라로 이전할 것이고, 일자리가 없어져서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매우 과장된 주장이다. 기업들 눈치를 살피며 전기요금 인상을 자제하던 정부도 2011년 9월의 대정전을 계기로 조용히 요금인상에 나섰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8월 사이 세 번에 걸쳐 각각 6%씩 총 18%를 올렸다. 하지만 멈춘 공장과 막힌 수출은 없었다.

더구나 전기소비량은 소수 기업에 극도로 몰려있기 때문에 대다수 기업에게는 전기요금 인상이 그다지 큰 충격이 되지 않는다. <그림 3>이 보여주는 것처럼 전체 전기소비자의 1.2%가 전체 전기의 64%를 사용한다. 그 중에서도 불과 30개의 기업이 전체 전기의 14%를 소비하고 있다.2) 전반적인 분포를 보면 16.5%의 상위소비자가 약 80%의 전기를 소비하며, 가정을 포함한 83.5%의 소비자가 약 20%의 전기를 소비하고 있다.

▲ <그림 3> 전기소비량의 분포


전기다소비 기업들이 엄청난 특혜를 누리는 대신 그 경제적 폐해는 가중되고 있다. 전기로 철광석을 녹여 쇠를 만들고, 전기로 바닷물을 말려서 소금을 만드는 황당한 낭비가 일어나고 있다. 반면 국민은 전기가 모자라서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못키고, 추운 겨울에 난방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전기다소비 기업들은 전기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교체나 투자는 외면하고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결국 에너지 고효율 기술과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시들하고, 국가 경쟁력은 저하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의 효과: 호주의 사례

2007년에만 해도 호주는 우리나라와 더불어 OECD 국가들 중 가장 전기요금이 싼 나라였다. 이 나라는 풍부한 석탄자원이 있어 전체 전력의 90%를 석탄화력으로 저렴하게 생산하기 때문에 낮은 전기 가격을 유지했다. 그러나 현재의 호주는 OECD 국가들 중 전기요금이 높은 상위권 국가가 되었다. 지난 5년간 지역별로 50~70% 정도 인상했으며, 앞으로도 30% 이상을 인상하는 로드맵이 확정되어 있다. 그 결과가 놀랍다.

첫째, 연평균 3~5%씩 꾸준히 증가하던 전력수요가 2010년부터 감소로 전환되었다. 전력수요의 감소는 단기간에 일어났다. 특히 송배전망을 통한 융통전력은 20~30% 정도나 감소하였다.

둘째, 2007년 이전에는 약 2만 개에 불과했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2012년에 이르러서는 약 백만 개로 늘었다. 2.3GW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신규 설치되었고, 관련 매출이 5조원을 상회한다. 태양광 부문에서만 호주 경제를 0.1% 이상 성장시킨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낸 것이다.

호주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전기요금 인상이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정책임과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신재생에너지의 채산성이 향상되어 이 분야의 생산증가와 기술혁신을 촉진한다. 또한 고효율 설비와 혁신적인 에너지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어 이와 연관된 산업과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게 된다.

기업용 전기요금 정상화 제안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체계는 매우 복잡하다. 여기서는 가정용, 교육용, 농업용 등의 용도별 요금체계에 관한 논의는 생략하고, 기업들에게 공급되는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을 2018년까지 OECD 평균 수준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금의 산업용과 일반용 종별요금을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하고,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기업용)만을 연간 10%씩 5년간 계속 인상하여 총 61%를 인상하는 방안이다.3)4) 현재 기업부문의 전기소비 중 대표적인 산업용 전기의 평균한계비용은 kWh 당 99원으로서 61%가 인상되면 160원이 된다. 이 값은 여전히 주택용의 평균한계비용 대비 30% 이상 저렴한 요금으로서 배전부문의 원가 차이에 상응하는 만큼 낮은 수준이다. 동시에 가스 및 석유가격과 동일열량 기준으로 비교할 때도 적절한 수준이기도 하다.

▲ <그림 4> 기업용 전기요금 인상안


이러한 요금인상의 결과 향후 5~6년간 60~70조 원 규모의 요금수입 증가가 예상된다. 이 중 일부를 한전의 재무 건전화에 투입하더라도 50조 원 가량의 정부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현행 전기요금에 포함해서 징수하는 전력기반기금 3.7%를 전기세로 전환하고, 향후 요금인상의 대부분을 전기세 인상으로 하면 된다. 이로써 복지재원 마련의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는 대규모 세수증대가 가능하다. 이는 정부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다.

우리가 제시하는 방안이 다소 과격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 정상화 정책은 과감해야 한다. 단기간 내에 시장에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는 기업에게 전기요금 정책 전환의 의지를 알리고 미리 준비해서 선제적 투자를 실행하도록 자극하려는 것이다. 정책의 성공이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심리를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려있기에 과감한 목표와 속도를 선언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2011년 9월부터 진행된 찔끔찔끔 전기요금 인상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책이 소심하고 겁을 내니 시장이 무시한 것이다.

기업들의 지나친 부담에 대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마련된 재원의 일부를 사용하여 정부주도의 에너지 인프라 혁신사업을 추진하면 된다. 전기를 절약해주는 새로운 기술과 공정, 제품으로 교체하도록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업의 제조원가의 상승부담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전기의 단가는 올라도 전기소비량이 줄어서 전기요금 부담은 궁극적으로 증가하지 않으며, 전기생산성 증대를 위한 에너지 인프라 투자는 정부가 보조를 해주기 때문이다.5)

전기요금 정상화의 기대효과

전기요금을 단순히 전력수급 문제나 전력사의 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는 것은 매우 좁은 시각이다. 물론 전기요금 정상화는 전력수요를 감소시켜 수급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는 매우 중대한 역할이다. 그런데 호주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전기요금 정상화는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효율성 관련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야말로 '녹색성장'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국가 경제에서 전력과 관련된 설비자산의 규모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이들 설비자산과 그에 관련된 금융과 파생시장이 전기요금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전기요금 정상화 정책이 거시적으로 엄청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가천에너지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추정한 전기요금 정상화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막대하다.6) 이 연구는 향후 5년간 매년 15%씩 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확보된 재원을 관련 산업에 재투자한다는 가정 위에 경제적 파급효과를 산출했는데, 전기요금 정상화 후 5년간의 생산유발효과는 총 176조 2,306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총 52조 1,735억 원, 취업유발효과는 총 76만 1,679명으로 추정되었다. 전기장치, 에너지 관련 연구개발, 전자표시장치, 공조 및 냉온장비 등의 분야에서 특히 많은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었다.

우리가 제안한 전기요금 정상화는 일반 국민에게는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전기요금 정상화란 전체 전기소비자의 2%인 전기다소비 고압수용가(기업용)만을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높이자는 것이다. 일반 국민이 사용하는 주택용 수용가인의 전기요금은 오히려 인하할 수도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복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

1) IEA Energy Prices and Taxes 2012, 3rd quarter 및 2007, 3rd quarter
2) 박창기, "시장원리를 이용한 전력문제 해결 방안 3가지", <전기요금 정상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실현> 국회-시민단체 토론회 발표문, 2013. 9. 4.
3) 산업용과 일반용은 주택용과 비교해서 고압이다. 다만 산업용에서도 특고압과 고압으로 두 가지이고 일반용도 특고압과 고압 두 가지가 있다. 한전의 요금체계에서는 이를 산업용 갑(고압), 산업용 을(특고압) 등으로 부르고 있다. 해외의 경우 이들을 묶어 Business & Commercial Customer라 하는 경우들이 많다. 본고에서는 기업용이라는 하나의 명칭을 사용하고 한계비용 기준의 단일 요금을 적용하거나, 이를 보완하는 수정된 요금제도가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본고에서 이들을 다루기에는 초점이 흐려지고, 복잡할 것 같아 상세한 논의는 생략한다.
4) 연 10% 인상을 5년 간 하면 총 인상률은 50%가 아닌 61%가 된다.
5) 장기적으로 국가의 전기생산성은 전기요금에 비례한다.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전기요금이 2.7배인 일본의 전기생산성은 2.8배, 전기요금이 1.8배인 프랑스는 전기생산성이 1.7배에 이르는데, 이는 전기요금을 올리면 전기생산성이 비례해서 향상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기업이 내는 전기요금 총액은 장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 정책이 스스로 일몰되는 특성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높은 전기세가 소비자 스스로 전기생산성을 높이도록 강제하고, 그 결과로서 소비자가 부담하는 전기요금 총액이 줄어드는 작용이다. 대략 정책 시행 후 5-10년 사이에 일몰효과가 기대된다.
6) 가천에너지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의 경제효과 분석, 2012. 12.

Posted by 유종일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경제학, 아마티아 센의 ‘자유로서의 발전’

자유로서의 발전

자유로서의 발전ⓒ민중의소리


낡은 성장 패러다임을 넘어 진정한 자유와 발전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아마티아 센의 책, <자유로서의 발전>이 출간됐다.

아마티아 센은 빈곤과 불평등, 기아 문제에 관한 연구, 인간의 복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학에 평생을 바쳤기 때문에 사람들로 부터 ‘경제학자의 양심’으로 불린다. 그는 중요한 경제적 문제에서 윤리와 철학을 복원하고,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중심으로 후생경제학(복지경제학)에 기여한 공로로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개인의 자유야말로 양보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임을 역설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자유는 형식적 자유가 아닌 실질적 자유이며, 모든 이가 가급적 평등하게 자유를 누리는 사회정의를 동시에 추구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장이 진정한 발전의 목표라는 점을 역사적 사례, 실증적 증거, 엄밀한 통계적 분석을 통해 면밀하게 밝혀낸다.

해제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유종일 교슈가 맡았다. 유 교수는 아마티아 센과 개인적 만남과 논쟁을 담으면서 현대경제학에서 아마티아 센이 갖는 위상과 가치를 논의한다.

센의 학문적 성과는 세밀한 경제이론 탐구와 신중한 경제현실 연구를 포괄하는데, 놀라운 것은 그가 상아탑의 논쟁 속에 머무르지 않고 발전의 근본적 의미,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등 세상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집요하게 추구했다는 점이다. 그는 직접 정치적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가난한 이들과 정의의 편에서 발언하는 것을 주저한 적은 없었다.
아마티아 센이 이 책에서 체계적으로 주장하듯이 그에게는 개인의 자유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가치다. 단 센의 자유는 형식적 자유가 아닌 실질적 자유이며, 그는 모든 이가 가급적 평등하게 자유를 누리는 사회정의를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에 나는 센의 자유주의를 진보적 자유주의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사회가 센의 저작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논의의 진전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 유종일 해제 중에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제 발전을 자유의 확장 과정으로 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이는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양적 경제성장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만 그로 인해 형성된 부가 국민들 삶의 질을 향상하는 실질적 자유로 전환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경제성장의 한 축이었다는 긍정적 확신을 심어줬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사회의 물질중심주의와 발전이데올로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Posted by 유종일입니다

소득세 최고세율 50%로 부자증세를!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연구소인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원장: 유종일)가 매주 이슈 페이퍼를 발간한다. 국내외 현안을 중심으로 연구자들이 대안 정책을 모색하는 내용을 담아갈 예정이다. 유종일 원장은 "조합원들의 지혜를 모아 사회경제적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정책적 대안 제시의 모범이 되겠다"고 이슈 페이퍼 창간 포부를 밝혔다. 창간호는 '부자증세'에 관한 내용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협동조합 좋은나라와 제휴해 이번 창간호를 시작으로 앞으로 매주 월요일 이슈 페이퍼를 소개한다. 편집자

금년도 세수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적어도 13조 원에서 많게는 22조 원까지 모자랄 전망이다. 목표 대비 세수실적을 의미하는 세수진도비로는 상반기에 46.3%로 외환위기 이후 1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7월까지도 58.5%로서 근래 최악의 실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한 박근혜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출조정 등을 시도했지만 복지재원 마련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세제개편을 통한 은근한 증세를 시도했지만 조세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여론의 반발에 밀려 후퇴하고 말았다. 원안대로 이루어졌어도 재원마련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터인데, 그나마도 밀려버린 것이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박근혜 정부가 기초노령연금 후퇴 등 이미 복지 공약(公約)을 상당히 '물 타기' 했는데, 이러다가는 빌 공자 공약(空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마도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열린 3자회담에서 야당대표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하면서도 증세만 큼은 고려하겠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뒤늦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 재원마련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50%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다른 여러 가지 제안과 함께 신중하게 검토할 만 하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부자증세의 정당성

우리가 생각하기에 부자증세는 도덕적으로 정당한 일이다. 부자들은 국가의 가장 큰 수혜계층이고, 국가가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가장 큰 계층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에서 이루어졌던 부자감세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부자증세의 정치적 정당성도 크다. 나아가 부자증세는 증세의 경기 억제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안이기에 경제적 정당성까지 갖추었다고 하겠다. 1)부가가치세와 같은 소비세를 인상하는 것은 부유층보다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부담을 더 많이 지게 하는 역진적인 증세이며 나아가 물가상승을 유발하여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을 저하시킴으로써 경기악화의 요인이 된다. 소득세 인상의 경우에도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인상은 심각한 소비수요 감소를 초래하여 경기를 악화시킨다. 부자증세의 경우 경기악화 효과가 작은 까닭은 부유층의 소비성향이 중·저소득층에 비해 훨씬 낮기 때문에 그들의 소득이 줄어도 이에 따른 소비감소 효과가 작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프랑스 등 선진각국에서 부자증세가 이루어지고 있다. 재정재건의 필요성과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합작해서 낳은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동일한 상황에 처해있다. 국가채무 규모는 OECD 국가들 중 양호한 편이기는 하나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와 경기부양 정책의 결과 급격하게 악화되었으며,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 심화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연 우리나라 소득분배가 정말 심각한 상황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득불평등도가 외환위기 이후 조금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로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서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결코 나쁜 편이 아니라는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다. 그렇다면 분배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이에 따른 정치적 불만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근래 거듭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절반가량이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한다고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거의 90%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답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엄청나게 치솟았다는 것을 말해준다.2)

▲ [그림 1]소득 상위 1% 계층의 소득 비중 국제비교 (단위: %)
주: 1978년 이전과 1986~94 기간 한국의 관련 데이터 부재로 선이 끊겨있음 / 출처: 김낙년(2012), 그림6


그렇다면 우리 국민이 착각을 하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부와 소득의 심각한 편중 현상을 반영한 정확한 평가로 보인다. 3) 실제로 최근 김낙년의 연구는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가 OECD 하위수준이며, 특히 최상위 1%의 소득집중도는 외환위기 이전 6%가량에서 12%정도까지 치솟은 것을 보여준다([그림 1] 참조).4)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부자증세의 정당성은 더욱 강화된다.

물론 부자증세만으로 과연 복지수요를 전부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제기나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보편적 증세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하는 주장 등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추후의 보편적 증세를 위해서도 부자증세가 선행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국제비교로 본 우리나라 소득세의 현황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소득세와 관련하여 다음의 세 가지 특징적인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소득세의 비중이 낮다. 2009년 기준으로 개인소득세의 GDP 대비 비중은 OECD 평균이 8.7%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6%에 불과했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 자체뿐만 아니라 조세에서 차지하는 소득세의 비중 또한 낮기 때문이다. 소비세의 경우 OECD 평균이 10.7%, 우리나라는 8.2%여서 격차가 훨씬 작다. 소비세 대비 소득세의 비율을 보면 OECD 평균이 81%, 우리나라는 44%여서 우리나라의 소득세 비중이 국제적으로 현저하게 낮은 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소득세의 누진율이 낮다. 법정 명목세율만을 본다면 사실 우리나라 소득세는 매우 누진적인 것처럼 보인다. 소득세 과표구간이 5개이고 1,200만원에서 4,600만원 사이의 과표소득에 적용되는 6%의 세율과 3억원 이상의 과표소득에 적용되는 38%의 세율 사이에 32%의 격차가 존재한다. 이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과표구간의 개수도 많은 편이며, 최저세율과 최고세율 간의 차이도 큰 편에 속한다. 그러나 문제는 유효세율이다. 각종 비과세·감면제도 때문에 실제로 소득 대비 소득세 납부액의 비중은 법정세율과는 다른데, 이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과세·감면이 많아서 소득세의 유효세율이 매우 낮고, 더구나 이 제도가 고소득자에게 유리하게 되어있어서 유효세율 기준의 누진도가 법정세율과는 판이하게 매우 낮다. OECD의 분석에 의하면 개인소득세의 누진도에서 한국은 칠레, 폴란드, 에스토니아, 일본에 이어 5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5)

셋째, 위의 두 가지 사실이 결합하여 결과적으로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누진세인 소득세는 비중이 낮고 역진세인 소비세는 비중이 높으니 조세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작은데 게다가 소득세의 누진도 자체도 낮아 소득재분배 효과는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OECD 통계에 입각해서 4인가족 근로소득에서 국가가 거둬들이는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금 등 조세부담(가족수당을 차감)이 차지하는 비중을 소득수준별로 따져본 결과, 우리나라는 평균 소득의 절반인 저소득층은 16.6%, 평균 소득의 2.5배 수준인 고소득층은 23.7%인 반면, OECD 평균은 각각 6.5%와 38.6%였다. 비교대상 계층 간의 소득이 5배 차이가 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세 부담액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고소득층은 저소득층에 비해 7.1배를 내는 것이다. OECD 평균은 30배다. 이는 곧 가계의 조세부담을 통한 소득재분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1/4 수준에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6) [그림 2]는 가계의 조세부담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수직축)와 아울러 정부의 이전지출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수평축)를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두 가지 모두 OECD 최하위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7)

이상의 국제비교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를 인상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보아 전혀 예외적인 조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오히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정상화' 조치가 될 것이다.

▲ [그림 2] 가계 조세부담 및 정부 이전지출의 소득재분배 효과.
-정부이전지출의 소득재분배 효과: 시장소득의 집중화계수(concentration coeffcient)와 이전지출 이후 소득의 집중화계수의 차이.
-가계부담 조세의 재분배효과: 이전지출 이후 소득의 집중화 계수와 가처분소득의 집중화계수의 차이
source: OECD income Distribution and Poverty Database


부자증세, 경제성장에 해가 되지는 않을까?

비록 부자증세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행여 경제성장을 저해하지는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기우다. 1950~60년대에 서구선진국들의 소득세최고세율이 매우 높았을 때 역사상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림 3]은 1950년 이후 미국에서 소득세최고세율과 경제성장률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8) 미국의 소득세최고세율은 1950년대처럼 90% 이상이었을 때도 있고(이것이 비현실적으로 높은 세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박정희 시대 고도성장을 이룰 당시 우리나라의 소득세최고세율은 89%였다는 점을 밝힌다), 레이건의 부자감세로 35%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 그림은 세율이 높을수록 성장은 낮을 것이라는 우려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세율이 높을 때 성장도 높았음을 보여준다. 이것이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부자증세는 곧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어느 정도 불식시켜준다.

▲ [그림 3] 미국의 소득세최고세율과 실질경제성장률, 1950-2010


미국이라는 특정한 나라를 넘어서 보다 일반적인 경험은 어떨까? 신자유주의 사조가 횡행한 1980년대 이후 많은 선진국들이 조세의 효율성을 제고하여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소득세최고세율인하를 단행하였다. [그림 4]는 수평축에 1975-9년 기간부터 2004-8년 기간 사이의 최고세율변화를 표시하고 수직축에는 동기간 중의 일인당GDP성장률을 표시한 것이다.9) 양자 사이의 상관관계는 0에 가까우며 통계적 의미가 없다. 선진국들의 경험은 최고세율의 인하가 (혹은 인상이) 경제성장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 [그림 4] 1970년대 이후 소득세최고세율 변화와 일인당GDP성장률


부자증세, 어떻게 할 것인가?

부자증세의 방법으로는 고액자산가들의 순자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의 신설도 적극 고려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10)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우리나라 소득세의 현황을 감안하면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소득세 비과세?감면제도는 의료?교육?연금 등을 국가가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계가 직접 지출을 행하였을 때 그 비용을 국가가 일부 보전해 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비과세?감면제도 축소가 서민층 및 중산층에게 타격이 될 수 있는 만큼, 의료?교육?노후생활에 대한 국가의 보장이 늘어나는 속도에 맞추어 서서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소득세최고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림 5]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의 절반 이상이 45% 이상의 최고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3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38%의 한계세율이 적용되고, 여기에 지방소득세 3.8%를 추가하면 최고세율은 41.8%가 된다. 국제적으로 그리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으나, 앞서 본 것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법정세율과 유효세율 간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세율 인상의 근거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 과세강화를 위해 과세표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과표기준액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11)

▲ [그림 5] OECD 국가들의 소득세 최고구간 한계소득세율(2013년 기준)
주: 중앙정부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한 것임. / 자료: OECD Database.


그렇다면 소득세최고세율은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 이 문제는 사실 '최적과세이론'에서 많이 논의한 주제다. 최근의 한 권위 있는 연구는 미국의 경우 세율에 대한 신고소득의 탄력성에 대한 추정치에 따라 작게는 54%에서 크게는 80% 정도가 최적의 한계세율이라고 한다.12)

탄력성이 크다는 것은 세율인상이 신고소득의 큰 감소를 낳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럴 경우 최적세율은 낮아진다. 탄력성의 크기는 무엇보다 탈세와 절세가 얼마나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조세회피와 조세감면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탄력성이 다소 큰 편에 속할 것으로 짐작된다.13) 이런 점을 감안하여 최고세율 50% 정도가 적절한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의 제안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금 다양한 소득세 인상 방안들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우리의 견해로는 최고세율을 45%(지방세 포함시 49.5%)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럴 경우 상당히 급격한 세율 인상이므로 과표기준까지 조정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따라서 1억20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과표구간을 신설하여 한계세율을 40% 정도(지방세 포함시 44%)로 부과하고, 최고세율은 현행 3억원 이상의 과표기준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 제안은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발의한 안과 민주당 민병두 의원 등이 발의한 안을 결합한 것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하지만 노벨상 수장자 피터 다이아몬드의 주장(70%)이나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최고세율 인상안(75%)에 비해서는 매우 조심스럽고 절제된 제안이다.

▲ [표 1] 소득세 인상 방안 비교


우리의 제안을 따르면 5년간 최소한 14조 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기대되어 복지재원 마련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로는 여전히 복지재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증세는 부자증세에 의해 조세정의를 강화한 이후로 미루지 않는다면 커다란 조세저항에 부딪치고 말 것이다.

1) 부가가치세와 같은 소비세를 인상하는 것은 부유층보다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부담을 더 많이 지게 하는 역진적인 증세이며 나아가 물가상승을 유발하여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을 저하시킴으로써 경기악화의 요인이 된다. 소득세 인상의 경우에도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인상은 심각한 소비수요 감소를 초래하여 경기를 악화시킨다. 부자증세의 경우 경기악화 효과가 작은 까닭은 부유층의 소비성향이 중·저소득층에 비해 훨씬 낮기 때문에 그들의 소득이 줄어도 이에 따른 소비감소 효과가 작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2) 지난 9월 1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OECD 기준 중산층과 체감중산층의 괴리]라는 보고서를 보면 OECD가 산출하는 기준으로 중산층(중위소득의 50% 이상, 150% 이하의 소득을 얻는 계층)에 드는 응답자의 54.9%가 자신을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층의 소득이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으로써 중산층과 고소득층 간의 격차가 벌어짐으로써 중산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3) 제임스 서로위키는 다수 대중의 독립적인 판단을 합산하면 어느 전문가의 판단보다 뛰어나며 거의 정확한 판단에 이르는 경향이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대중의 지혜],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4) 김낙년은 소득불평등에 관한 정부 공식 통계의 허점을 지적하고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추정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한국의 소득집중도 추이와 국제비교" (경제분석 제18권 제3호, 2012)와 "한국의 소득분배" (낙성대경제연구소 WP2013-06, 2013) 참조.

5) Paturot, Dominique, Kirsti Mellbye and Bert Brys, "Average Personal Income Tax Rate and Tax Wedge Progression in OECD Countries" OECD Taxation Working Papers No. 15, 2013. Figure S.2. 참조. 이 분석에서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과표구간과 더 큰 법정세율 격차를 가진 일본이 유효세율의 누진도가 우리보다 더 낮게 나온 것도 흥미롭다.

6) 2013. 8. 14일에 입력된 인터넷판 세계일보 기사, "고소득층 稅부담 저소득층의 7배, OECD 평균 30배에 크게 못미쳐"를 참조할 것. 이 기사는 영국, 미국 등 시장주의 성향이 강한 선진국들도 가계 조세부담에 의한 소득재분배가 강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7)Joumard, Isabelle, Mauro Pisu and Debbie Bloch, "Tackling income inequality: The role of taxes and transfers", OECD Journal: Economic Studies, 2012. Figure 2 참조.

8) 이 그래프는 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Michael Linden이 작성한 것임.

9) Piketty, Thomas, Emmanuel Saez, and Stefanie Stantcheva (2011), "Optimal Taxation of Top Labor Incomes: A Tale of Three Elasticities", CEPR Discussion Paper 8675, December. Figure 4B.

10) 노영훈은 9억원이 넘는 순자산에 평균 1%의 '부유세'를 매기면 세수를 연간 7조원 이상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부유세와 종합부동산세: 부유세의 조세정책적 의미], 한국조세연구원, 2012). 부유세는 프랑스·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위스·스페인이 현재 시행 중이고, 오스트리아·덴마크·독일 등은 1920년대에 도입했다가 1990년대에 폐지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스리랑카·파키스탄, 중남미에서는 콜롬비아·우루과이 등이 시행하고 있다.

11) 이를 일인당GDP로 나눈 비율이 캐나다는 2.3배, 프랑스는 2.74배, 미국은 7.7배인 반면 우리나라는 무려 11배나 된다.

12) Diamond, Peter and Emmanuel Saez, "The Case for a Progressive Tax: From Basic Research to Policy Recommendations,"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Vol. 25, No. 4., 2011. 이 저자들은 각각 노벨상과 클라크 메달을 받은 저명한 경제학자들로서 본 논문은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은 고소득층에 대한 최적세율은 이들로부터의 세수를 최대화하는 세율과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며, 후자는 1/(1+ae)라는 공식으로 주어짐을 보인다. 여기서 a는 파레토 파라미터이며, e는 세율(정확히는 (1-세율))에 대한 신고소득의 탄력성이다. 미국의 경우 a는 1.5이며, e는 최저 0.17에서 최고 0.57로 추정되고 관련 문헌 추정치의 중간 값은 0.25 정도다. 각각의 경우 최적세율은 80%, 54%, 73%이다.

13) 우리나라의 기존 연구는 별로 없는데, 그나마 너무나 상반되는 추정치를 제시하고 있어서 신뢰성이 떨어진다. 전병목은 최고 10% 소득계층의 경우 0.79, 최고 5% 소득계층은 0.99라는 매우 높은 추정치를 제시하며([과세소득 탄력성에 관한 연구], 한국조세연구원, 2006), 최성은은 오히려 미국보다도 낮은 추정치를 얻었다("과세표준소득의 세율탄력성과 소득세의 효율비용에 관한 연구" 보건사회연구 29(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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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의회에서 새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가 불발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 사이에 막판 극적인 타협이 없다면 상당수 연방정부기관이 문을 닫고, 핵심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공공서비스 제공이 중단된다. 과거에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곤 했으나 누가 봐도 한심한 노릇이다.

영화 <식코>를 통해 많이 알려졌듯이 미국의 의료제도는 형편없다. 의료비가 굉장히 비싸고, 국민의 20% 가까이가 의료보험을 못 가지고 있다. 이 잘사는 나라에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선진국 중에 전국민 의료보장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극단적으로 자유시장을 신봉한 하이에크조차도 무슨 나라가 이러냐고 불평했을 정도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이 의료보험 개혁이다. 공화당의 발목잡기로 상당히 약화되긴 했지만 여론의 지지를 동원하여 모든 국민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젠 공화당이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모리셔스라는 나라가 있다. 마다가스카르 동쪽 인도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이 무상이고, 의료도 무상이다. 이 나라가 엄청 부자라서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 건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3분의 1 정도다. 아프리카치고는 괜찮은 편이지만 결코 소득수준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 반세기 전 모리셔스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미드는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하면서 정책조언을 제공했었다. 그런데 모리셔스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이룩해냈다.

모리셔스가 돈이 많아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듯이, 부자나라 미국에 돈이 없어서 대학교육과 의료가 세계 최고로 비싼 것은 아니다. 미국이 전국민 의료보장을 실시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은 보험회사들이 뿌리는 돈의 영향력과 복지 확대에 반대하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의 이데올로기 때문이다. 복지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

한국 정부는 기초연금 공약을 수정하면서 공약대로 하고 싶었지만 돈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건 근본적으로 틀린 얘기다. 나라에 돈은 넘쳐난다. 정부가 필요한 만큼 걷으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세금을 더 걷으면 그 돈이 어디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기초연금과 같은 이전지출에 쓰일 경우, 그 돈은 고스란히 국민의 호주머니로 돌아오는 것이다. 물론 나가는 호주머니와 들어오는 호주머니가 다르다. 바로 그것이 복지다.

물론 세금을 아무 제한 없이 마구 걷어서는 안 된다. 세금 때문에 경제적 유인이 왜곡되어 비효율이 발생할 수도 있고, 정부가 민간보다 더 유용하게 돈을 쓸 것인가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정부가 과연 우리에게 걷어간 세금을 정말 효율적으로 잘 쓰는지 의구심이 많다. 비근한 예로 4대강 사업만 해도 얼마나 황당한 세금낭비를 초래했던가? 하지만 국민 호주머니로 다시 돌아오는 복지지출은 다르다. 행정적인 낭비의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수혜자에게 돈이 가는 것이다.

복지라고 해서 마구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복지 또한 경제적 유인을 왜곡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복지수준이 너무 저급하고 지체되어 복지 확대가 시급하다. 이것이 국민적 합의다.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러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앞장섰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미망을 어서 빨리 떨치고 충실하게 공약 이행에 나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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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서열 13위의 에스티엑스(STX)그룹 부실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사이 산업은행을 필두로 한 채권단은 무려 4조9000억원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경영 위기는 심화되고 그룹은 공중분해될 처지에 놓였다. 에스티엑스팬오션과 에스티엑스건설은 법정관리 상태고, 에스티엑스에너지는 일본계 금융회사에 팔렸으며, 지주사인 ㈜에스티엑스를 비롯해 조선해양·중공업·엔진·포스텍 등의 계열사가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 있다. 앞으로 계열사들은 생존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채권단은 그동안 쏟아부은 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그지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던 강덕수 회장은 어제 열린 에스티엑스조선해양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고, 채권단의 계획에 의하면 그룹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구조조정의 칼바람 앞에 서게 된 에스티엑스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의 처지는 어떤가. 이들이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할 것인가 생각하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채권단이 주도하는 기업회생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도 큰 손해를 보았다. 지난 6개월간 5개 계열 상장사의 시가총액 8500억원이 증발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에스티엑스그룹 몰락의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밀어닥친 해운업과 조선업의 불황이고, 이에 대한 사전 예측이나 사후 대책이 미흡했던 탓이다.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한 것이고, 시장경제에서 부침은 늘 있는 일이다. 경영이든 취업이든 투자든 자기 책임의 원칙 아래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고, 성공에 따른 보상과 실패에 따른 후과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채권은행들의 손실은 좀 다른 얘기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구조조정을 지연하고, 불투명한 방법으로 금융지원을 추진함으로써 필요 이상으로 손실을 키웠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의 기사에 의하면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에스티엑스는 지난해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부실이 줄었을 텐데 대선을 앞두고 있어 미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비협약채권인 회사채 투자자 구제에 자율협약 채권단이 자금을 넣도록 당국이 압박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렇게 해서 자율협약 채권단에 속하지 않는 회사채 투자자는 채권단의 돈으로 투자금을 손실 없이 회수하게 되었고, 이는 채권자들 사이의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했다.

채권금융기관들이 손실에 대비하여 쌓은 충당금이 올해 상반기에만 1조원이 넘고, 이는 은행 경영수지 악화의 주원인이었다. 그나마 충당금을 제대로 쌓았다가는 건전성이 위협받을 지경인 일부 은행이 충당금을 과소 책정한 결과라고 한다. 이러고서 은행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수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하니 힘없는 국민만 봉이 되는 꼴이다. 특히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의 손실은 결국 국민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절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사실 정치적 판단에 의한 구조조정의 지연, 편법에 의한 채권자 간 불공평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랜 관치금융의 유구한 전통이다. 아이엠에프(IMF) 위기 이후 개혁을 통해 관치금융을 청산했다고 했으나 실상 관치금융이 펄펄 살아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금융감독을 장악한 모피아가 금융기관에 대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정치권력은 모피아를 이용하여 금융을 제 입맛에 맞게 주무른다.

경제민주화란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다. 민주적 의견 수렴과 투명한 법제도를 통해 시장을 통제하는 것이다. 관료의 자의적 판단과 그 배후에 작용하는 정치권력의 입김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관치와는 전혀 다르다. 경제민주화는 관치금융 청산을 시급하게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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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AS모나코를 알 것이다. 한때 박주영이 뛰었던 프랑스 리그 소속 팀이다. 지금 모나코의 스타는 인간계 최고라는 라다멜 팔카오다. 모나코는 올여름 약 9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이적료를 주고 지난 시즌 스페인 리그에서 (신계에 속한 메시와 호날두는 논외로 하고) 최고의 활약을 펼친 팔카오를 데려왔다. 팔카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시즌 개막부터 경기마다 골을 기록하며 모나코를 2연승으로 이끌고 있다. 그런 팔카오가 이적설에 시달리고 있으니 무슨 영문인가? 모나코의 공격적 선수영입에 위협을 느낀 프랑스 구단들이 소득세가 없는 모나코의 선수들에게도 최고세율이 75%나 되는 프랑스의 소득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란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사회당 정부가 출범한 이래 부자증세는 큰 논란이 되었다. 보수언론에서는 프랑스의 부자들이 ‘세금폭탄’을 회피하기 위하여 대규모로 프랑스를 이탈한다는 보도를 해댔다. 특히 유명 배우 드파르디외가 러시아로 ‘세금망명’을 한 일은 인구에 회자되었다. 그런데도 프랑스 정부는 부자증세 정책을 굳건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부자들이 다 떠나서 나라가 망하기는커녕 최근 프랑스 경제는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로 ‘세금망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을 떠나는 이민자들에 비하면 프랑스를 떠나는 국민은 극소수다. 드파르디외의 경우도 단순한 세금회피보다는 사르코지의 친구로서 올랑드에게 정치공세를 했다고 한다.

물론 75%의 소득세는 보통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 해에 거의 15억원 이상을 버는 극소수에게만 적용된다. 그래도 75% 세율은 너무 높지 않은가. 하지만 미국만 해도 레이건의 부자감세 전까지는 소득세 최고세율이 70%였다. 케네디의 감세 이전에는 무려 90%를 웃돌았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사실은 이런 높은 세금이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일컬어지는 고도성장을 이루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자들은 국가가 돈을 필요로 할 때 세금을 낼 여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로부터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다. 부자에게는 하찮은 액수의 돈이라도 서민을 위해서 아주 값지게 쓰일 수 있다. 이것이 부자증세의 도덕적 정당성이다. 문제는 부자들의 세금회피다. 세율이 높아지면 소득을 국외로 빼돌리거나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신고소득을 줄이려고 하고, 아예 소득창출 활동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세율 인상에 따른 신고소득의 감소를 조세탄력성이라고 한다. 이것이 부자증세의 실질적 어려움이다.

그런데 실제로 조세탄력성이 얼마나 될까? 부자들은 걸핏하면 “세금을 올리면 다른 나라로 가버리겠다”고 위협하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거의 없으며, 세금이 높으니 차라리 일을 그만두겠다는 사람도 별로 없다. 복잡한 조세감면 제도만 없다면 조세탄력성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피터 다이아몬드와 소득양극화에 관한 가장 탁월한 연구자인 에마뉘엘 사에즈가 지난해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에서는 조세탄력성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을 고려하여 소득세 최고세율을 76%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미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양극화가 심화된 현실, 또한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감한 부자증세가 당연한 결론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50%도 좋고 부유세도 좋다. 부자증세, 이제 제대로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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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언론사 간부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에 대해 “중점 법안이 7개 정도였는데 6개가 이번에 통과됐다.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투자는 일자리 창출의 핵심으로, 정부는 규제개혁을 더욱 과감하게 추진해서 투자환경을 개선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로 정부는 경제민주화 역주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모양새다. 25일에는 국세청이 세무조사 건수를 줄이고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히더니, 26일에는 공정위가 애초 올 하반기까지 법제화를 마치기로 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과제를 뒤로 미루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강화, 지주회사 전환 촉진을 위한 금융 자회사 규제 개편, 집단소송제, 사인의 금지청구제 등의 입법이 기약 없이 미뤄진 것이다. 대선공약이었던 신규 순환출자 금지마저도 예외 인정 등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27일에는 현오석 부총리가 직접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포럼에서 “대기업에 대해서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현 부총리는 “상반기에 경제민주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과 창조경제 구축을 위한 틀 마련에 중점을 뒀다면, 하반기에는 경제정책 핵심 방향을 기업 활동 지원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맞추기로 했다”고 밝힘으로써 이제 경제민주화는 대충 끝났고 경제 살리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틈날 때마다 기업투자를 강조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침체된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오죽 답답하겠는가. 그러나 재벌에 투자를 구걸하는 순간 개혁은 끝이다. 대통령의 입에서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기업인은 국정의 중요한 동반자”, “정말 투자를 잘하는 사람은 여건이 어려울 때 투자를 하는 사람”과 같은 말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면 힘의 균형추는 재계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도 이러한 전철을 밟았다.

그래도 당장 경제가 어려우니 경제민주화보다 경제 살리기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경제민주화가 경제 살리기와 상충된다는 인식이 잘못이다. 재벌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경제민주화가 규제와 속박으로 느껴지고, 그러니 경제민주화가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벌의 투자에 기대어 경기회복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도 한국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투자율을 자랑한다. 특히 대기업들의 투자 비중은 갈수록 증가해 왔다. 문제는 중소기업 투자의 부진이고, 재벌 중심 투자의 비효율성이다. 재벌 대기업을 위해서 이명박 정부 이상으로 잘해줄 수 있을까? 그래도 경제성장이 매우 부진했음을 직시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단순히 분배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경제성장 전략의 토대이기도 하다. 갈수록 약화되어가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고착화된 기득권 구조를 타파하여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창출하고, 과거 추격형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제도와 시스템을 개혁하여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벌의 불평이 늘더라도 중견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갑’이 불편해지는 대신 ‘을’이 제 몫을 찾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가 거의 끝났다고 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경제민주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따름이다. 현 부총리는 경제민주화에서 경제 활성화로의 이행을 선언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경제민주화 없이 진정한 경제 활성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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