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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1 민주당을 향한 유종일의 절규

나는 민주당을 사랑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고난을 무릅쓰고 민주화를 이룩해낸 민주화 세력의 중심축이었다. 남북관계의 전향적인 변화를 주도했고, 미흡하나마 경제구조 개혁과 사회복지 확충 등 경제민주화에도 앞장섰다. 이러한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진 민주당이 죽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을 막아낼 힘도 없고 국민들에게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지도 못하다. MB정권을 심판하고 싶어 하는 민심을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어야 마땅한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한나라당에 형편없이 뒤지고 있다. 민주당이 정체성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보다 더욱 민주적이고, 더욱 정의롭고, 더욱 유능한 정당임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록 민주당에 문제가 많다고 해도 여전히 한국 민주주의와 역사발전을 위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믿었기에 나는 지난 3월 초 민주당에 입당하고 전라북도 도지사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지방선거에서 MB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당의 기본입장이 옳았고, 또 그 목표를 위해서 호남에서부터 개혁공천을 하겠다는 지도부의 의지를 믿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나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당은 내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실망을 주었을 따름이다.

내가 입당하던 날 민주당은 우근민씨의 복당을 환영하면서 그의 목에 화환을 걸어주었다. 젊은 날의 민주화운동을 비롯해서 김대중 정부에 대한 봉사, 노무현 정권 창출에 대한 기여, 민주당의 정책논의에 대한 조력 등 평생을 민주개혁진영에 복무해온 내게는 단 한 마디 환영의 말도 없었다. 충격이었다.

경선방식 결정도 충격이었다. 나는 내게 유리한 특정한 경선방식을 주장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을 원한다고 했다. 개혁공천의 방법으로 도입한다는 시민공천배심원제를 전북에 적용해주면 좋겠다고 누차 강조하면서도 반드시 이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정성이 담보된 경선방법이면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후보들의 의견수렴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개혁공천을 위해 현직 프리미엄을 상쇄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기는커녕 오히려 현직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여론조사 방식을 강요했다. 세계 정치사상 유례가 없는 여론조사에 의한 선거를 민주당 지도부가 강요한 까닭이 무엇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전북지사 김완주씨의 정체성과 도덕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민주당 지도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200만 도민과 함께 엎드려 절을 올린다”는 아부 편지를 비밀리에 보낸 자를 대표선수로 선발하고 어떻게 MB정권 심판을 주장할 수 있느냐는 나의 물음에 당 지도부는 묵묵부답이었다. 도청 기자실 돈 봉투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불법 당원 모집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업무추진비 사용과 관련해서 선거법 위반 및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최근 수사 착수) 김완주 지사의 도덕성에 대한 판단도 회피했다.

정체성과 도덕성 등을 공직후보자 자격심사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당헌당규에 입각해서 김완주씨의 후보자격을 재심사하라는 나와 정균환 후보의 요구를 당 지도부는 묵살했다. 어떠한 공식적 답변도 없었다. 비공식적으로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 이전에 당이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당이 무슨 사법기관인가? 당헌당규의 정체성 및 도덕성 기준은 헌신짝에 불과한가? 정세균 대표는 지난 3월 15일 비리단체장의 중도하차 시 다음 공천을 포기하겠다고 도덕성 강조 선언을 한 바 있다. 이건 쇼였단 말인가?

나는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아름다운 경선을 치르고 싶었다. 그러나 불공정한 경선에서 바보 같은 들러리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요구한 것은 딱 두 가지였다. 김완주 지사의 정체성과 도덕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달라는 것과 “눈 가리고 아웅 하기”식 여론조사 경선계획을 철회하고 철저한 후보검증이 가능하고 누구나에게 공평한 경선 안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아름다운 경선의 기회를 달라는 나의 마지막 호소마저 외면했다.

내 입장에서 경선 불참은 피눈물이 나는 결정이다. 도민들께 나의 포부와 정책과 자질을 제대로 알리는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하고 중도하차 하는 것은 아쉽기 그지없는 일이다. 내 선거를 도와준 가족, 친지,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수많은 지지자들에게 크나 큰 실망을 안겨드리는 것도 가슴 아프기 짝이 없다. 하지만 원칙을 굽힐 수는 없었다.

나는 지난 4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했다. 김완주 지사 문제가 민주당의 정체성과 도덕성에 대해 가지는 함의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나는 기억한다. 당시 당 지도부의 얼굴색이 변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들의 잿빛 얼굴을 기억한다.

민주당 지도부에게 경고한다. 소탐대실을 아는가. 어떠한 정당이나 조직도 정체성과 도덕성을 상실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

2010. 4. 12.    유종일

Posted by 유종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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