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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1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 (2008-12-17)
  2. 2010.05.01 한국정치의 비극
[삶과경제]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

»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요즘 케인스의 유효수요론이 상한가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비자발적 실업이 만연할 수 있고, 이 문제는 정부의 재정지출로 해소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지금 세계 각국이 유효수요론에 입각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칼레츠키라는 폴란드 출신 경제학자도 케인스에 앞서 독자적으로 같은 이론을 개발했다. 마치 라이프니츠와 뉴턴이 각각 독자적으로 미적분학을 발명한 것과 유사하다. 칼레츠키는 케인스처럼 세련된 화폐이론을 구축하진 못했지만, 유효수요론의 정치적 함의를 놀라운 통찰력으로 꿰뚫어보았다. 일찍이 1943년에 발표한 ‘완전고용의 정치적 측면’이라는 논문에서 그는 재정정책으로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것은 간단한 기술적 문제지만 정치적 반대가 난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완전고용이 장기간 지속되면 노동규율이 약화되고 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져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따라서 자본가들과 금리생활자들이 긴축을 요구하리라는 것이다. 결국 노조가 생산성 향상에도 힘쓰고 지나친 임금 인상도 자제해 주며, 자본가들도 노동자들의 복리 향상에 관심을 기울여서 노사갈등을 최소화하지 않고는 완전고용의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의 저서 <진보주의자의 양심>(번역서의 제목은 <미래를 말한다>)이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학원생 시절 그의 강의를 들은 적도 있고, 이후 그의 주요 저작들을 대부분 읽어 온 필자는 이 책을 읽고 조금 놀랐다. 경제이론으로 모든 걸 설명하려고 노력해 온 크루그먼이 입장을 정반대로 바꾼 것이 아닌가. 정작 중요한 문제는 정치라는 것이다. 중산층 위주의 번영을 구가하던 미국이 극심한 양극화의 수렁에 빠진 것은 경제이론이 제시하는 대로 기술의 변화나 세계화의 결과가 아니고, 감세와 규제완화 등 소수 부유층만을 위한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극우파가 공화당을 장악하고 정권을 잡아서 나라를 오도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래서 이 책을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한다.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라고. 미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클린턴의 유명한 슬로건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를 뒤집어본 것인데, 원판에 못지않은 호소력이 있다.
 
지금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난리다. 우리 경제도 신음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위기란 게 뭔가. 생산설비도 인적자본도 그대로 있으니 생산력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자금의 흐름에서 발생한다. 금융경색으로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된다. 또한 부채를 많이 안고 있는 경제주체로부터 유동자산과 신용을 가지고 있는 경제주체로의 소유권 이전과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의 축소를 포함하는 구조조정이 급격하게 이루어진다. 일정한 구조조정은 시장경제의 역동적 효율성의 조건이며 또한 그 결과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일시에 대규모로 일어나면 수많은 개별적 피해와 더불어 총수요 위축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정부의 현명한 정책대응으로 금융경색을 완화하고, 총수요 위축을 막아내고, 질서정연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면 금융위기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신뢰가 증발해 버린 상황에서 각자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금융경색 완화도, 질서정연한 구조조정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뢰 회복과 합심협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정치적 리더십의 역할이다.
 
결국 완전고용도, 동반성장도, 금융위기 극복도 정치를 잘해야 가능하다. 갈등을 유발하는 정치가 아닌 통합을 이루는 정치! 경제 살리기의 첫걸음이다.
 
@한겨레 칼럼
Posted by 유종일입니다




















»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제18대 총선 민심의 핵심은 역대 최저의 투표율인 것 같다. 이는 정치 무관심의 결과가 아니라, 도대체 찍어줄 사람이 없다는 항의의 표시다.

이변이 없는 한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확보하고, 여기에 한나라당과 뿌리를 같이하는 세력들을 합한 범보수가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넘나들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펄펄 살아서 한국의 보수정치를 끌어가는 건 비극이다. 한나라당에도 훌륭한 분들이 있고 비례대표 1번 강명순씨를 비롯해서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도대체 어떤 정당인가? 군사쿠데타, 무고한 시민 학살, 초대형 부정축재 … 그 끔찍했던 전두환 정권의 수족으로 만들어진 민정당의 법통을 이어받은 정당 아니던가? 부정축재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여소야대의 민심을 3당 합당이라는 정치적 쿠데타로 깔아뭉갰던 민자당의 후예들 아닌가? 나라경제를 파탄시켜 국제통화기금(IMF) 신탁통치의 고통과 수모를 겪게 했던 신한국당의 후신 아닌가? 차떼기 정당, 성희롱 정당 아닌가? 재벌 봐주기에 앞장서고, 부동산 투기를 방조하고, 특권과 반칙으로 얼룩진 정당 아닌가?

얼마 전 영국의 해리 왕자가 아프가니스탄의 전선에서 근무하던 것이 알려져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며칠 전에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매케인이 자신의 아들이 이라크 전선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을 선거운동에 이용하기는커녕 조용히 숨겨왔다는 <뉴욕 타임스>의 보도도 있었다. 우리의 보수는 어떤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를 일반 국민들보다도 무척 게을리해 온 분들이 앞서서 이끌어 간다. 잘못된 보수가 망해야 참된 보수가 자라날 텐데, 이제 다시 한나라당 중심의 보수가 강고해지니 걱정이다. 사회가 지나치게 집단주의나 국가주의로 흐르는 것을 막고 개인의 자유와 시장의 기능을 지켜내며, 사회복지가 과도해질 때 개인의 책임성 또한 중요함을 일깨워주고, 세상이 어지럽게 변화의 물결에 쓸려갈 때 전통의 가치와 안정의 미덕을 옹호해 줄 보수. 이런 참된 보수는 언제 득세하려나.

개헌 저지선 운운하고 있는 진보의 상황은 더더욱 비극이다. 통합민주당을 진보라고 하기는 민망하지만 편의상 중도진보로 분류하고 이른바 진보 3당과 함께 범진보의 일원이라고 하자. 민심은 이번 총선에서 진보를 버렸다. 그러나 결코 한나라당이 좋아서 그런 선택을 한 건 아니다. 장관 인사 파동을 거치며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도 많이 떨어졌고, 공천 파동으로 한나라당 지지도도 크게 하락했다. 여론의 흐름은 시간이 갈수록 안정론보다 견제론이 힘을 받는 양상이었다. 문제는 진보 쪽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진보 3당은 군소정당화되어 도대체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고, 통합민주당은 도대체 뭘 하겠다는 정당인지 알 수가 없다. 통합민주당은 무뇌 정당 같다. 정책이 없고, 전략이 없고, 리더십이 없다. 경제는 어찌하고, 교육은 어쩌겠다는 건가?

무엇보다 반성이 없고 책임지는 모습이 없다. 개혁진보세력에게 10년간 정권을 맡겨준 국민들은 지난 대선을 포함해서 여러 차례 극도의 실망과 불만을 표출했다. 개혁과 진보에 대한 배신, 무능과 타락에 대한 심판이었다. 눈앞의 기득권만 챙기려는 자들에게 거듭된 경고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불사조 피닉스는 생명이 다해 가면 스스로 몸을 태워 죽는다. 그러면 거기서 새로운 피닉스가 탄생한다. 한국의 진보여, 구차한 삶을 연명하려 들지 말고 몸을 태워 죽어라.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Posted by 유종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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